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수화통역사 시험 수화통역의 이해

by 수화애 2023. 6. 14.
반응형

19회 수화통역사 보수교육

1.머리말 -배경

 

바벨탑으로 언어가 혼잡하게 된 이래 통역은 언제나 그 한 가운데 있었던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였다. 희랍어로 통역은 신과 인간 사이의 교신을 중개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하는 헤르메스(Hermes)에서 유래된다고 한다. 곧 통역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그 출발을 함께 한다고 하여도 지나침이 없다고 하겠다. 통역의 오래된 형태는 번역이라고 하는 형식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교 경전이 중국어로 번역(구두번역)되고, 기독교의 신약성경이 희랍어로 기록되며, 루터 이후 성경이 자국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사실은 통역(번역)의 오래된 형태를 추정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통역 역사도 중국의 영향을 받은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면서 중국의 그것에 못지 않은 우리 나름의 발전을 이루어왔는데,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279(고려 충숙왕1)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통역의 직제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훈련, 등용 등 매우 잘 짜여진 과정을 거치도록 한 점에서 뛰어났다. 중앙의 사역원과 지방의 역학원(譯學院) 등 훈련과정의 이중구조를 통해 중앙의 통사(通事 또는 通詞)와 지방의 향통사(鄕通事)를 두어 통역수요에 부응하였다. 특히 중앙의 통사는 상, , 소 등 차등을 두어 인력배치에 적절성을 기하기도 하였다. 현대적인 의미의 통역과 번역은 ‘70년대 이후에 이르러 비로소 전문적인 훈련과정이 설치되기에 이르렀는데, 통역의 단기 양성과정이나 통번역 대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과정의 설치는 우리의 통역 역사를 새롭게 쓰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안에서의 공식적인 수화통역은 1916(7 28) 법원(경성지방법원)에서 이루어진 것(농아인 범죄사실 취조 통사)이 그 효시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것을 오늘날과 같은 수화통역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시기에 이루어진 수화통역은 루 판트(Fant, L.,1990)가 지적하였듯이 ‘60년대 이전의 수화통역은 교사, 교역자, 가족 등이 도우미(helper)의 역할을 하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 도우미는 농아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역할이었다기보다는 그들을 대신하여 자의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대리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의 경우, 민권운동과 언어로서 수화를 연구하기 시작한 ‘60년대 이후 수화통역에 대한 의식이 바뀌기 시작함으로써 ’60년대 중반에는 미국수화통역사협회(RID)가 창설되고, 역사상 처음으로 수화통역 자격 공인제도가 도입되기에 이르렀으며, ‘70년대에는 수화통역 양성과정이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유엔이 정한 장애인의 해는 세계 각국이 수화에 대한 새로운 태도와 농아인들의 권리로서 수화통역을 생각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앞을 다투어 수화통역의 공적인 개입을 법으로 보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결실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의 경우 ’90년대 초부터 수화통역의 공적 개입에 대한 논의가 비롯됨으로써 ‘97년 한국농아인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수화통역사 자격 인정시험이 실시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98년에는 수화통역센터가 개설되었다.

2. 통역의 원리

 

2.1 통역의 기반

 

통역이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뜻이 통하도록 메시지를 해석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중개하는 과정으로서 단순히 형식만을 변환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통역에서 요구되는 것은 언어적 능력(linguistic competence: L)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능력은,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고 정리하면서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지식기반(knowledge base: K)과 더불어 통역에서 최저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기반을 이룸으로써 그것은 통역 가능성(interpreting potential: IP)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림 1> 통역흔련의 입체모델(染谷, 2001)

 

통역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언어적 능력과 지식기반이 통역기술(interpretation skill: S)과 상승작용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통역훈련의 입체모델이라고 하며, 공식화하면 IP=(L+K)S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언어는 음성 또는 시각체계를 바탕으로 사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언어와 문화적 동질성은 물론 농적 자세(attitudinal deafness)를 주축으로 하는 언어공동체(농사회)를 중심으로 형식(규칙)과 변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역사를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성공적으로 창조하는 음악가나 배우에 비유한 셀레스코비치(Seleskobitch)의 생각은, 통역이란 언어변환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직선적인 과정으로 마무리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국어통역과 같은 틀에서 보아야 하는 수화통역은 특히 시각적인 기억형식과 사고형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언어(수화)습득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적 접근 원리를 수화학습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도 제1언어(L1 또는 모어)의 습득 과정을 제2언어(L2 또는 외국어) 습득 현장에 도입하려고 하는 것 때문이다. 통역에서 지식기반이란 화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해석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배경지식은 일반지식, 문화적 지식, 특정분야의 전문지식 등을 이른다. 통역이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중 언어(bilingual) 이중 문화(bicultural) 영역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 없이는 바른 통역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다.

 

  언어 A  (통역번역)  언어 B  
∧ ∧
언어적 요소   문화적 요소   언어적 요소   문화적 요소

 

 

 

<그림 2> 번역활동

통역기술이란 드러난 구조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경제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앞의 경우는 하나하나의 어휘나 문장구성과 같은 언어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전달의도에 주목하는 것이다. , 통역의 궁극적인 전달 의도는 메시지의 내용과 의미이기 때문이다. 뒤의 경우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 즉 동일한 사태나 개념을 전달하는 데 최소의 낱말을 써서 전달목표를 달성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통역기술은 한 마디로 상대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다른 언어로 듣는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것은 이해한 것을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자기의 말로 재표현(reformulation)하는 것이다.

 

2.2 통역의 과정

통역은 일반적으로 이해-변환-표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출발어(source language) 도착어(target language)의 의미균형이 같다고 하더라도 출발어가 도착어로 바로 나오는 기계적이며 직선적인 과정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통역사가 전달하는 것은 발신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이지 말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통역사는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 자신이 먼저 이해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동시통역의 경우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이 60%(또는 75-85%) 이상의 부분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때 이루어지는 정보처리 중에는 듣고 분석하기, 기억하기, 발화하기, 조정하기 등 작업수행이 거의 동시 또는 상호작용하면서 이루어지므로, 네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에 부담이 몰리게 되면 통역사의 정보처리 능력에 과부하가 일게 되어 통역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수화통역의 처리과정도 일반적인 통역 과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메시지수용
메시지 이해
메시지 보존
메시지 재구성
메시지 표현
 

①→②: 표현기술 ②→③→④: 번역기술 ④→⑤: 표현기술

 

<그림 2> 수화통역 과정(전일본농아연맹, 1999)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해하는 언어와 표현하는 언어가 같은 데 비해, 통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통역은 두 언어, 즉 통역사에게 있어 모어 또는 거기에 준하는 A언어와 모어는 아니지만 완전한 능력을 지니는 B언어를 이어주는 것이므로, 이해하는 언어와 표현하는 언어

가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을 수화통역에 맞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나타낼 수 있다.

 

수화  <의미> 구어 구어  <의미> 수화

이해 표현 이해 표현

 

<그림 3> 통역의 과정(鳥越, 1996 참조)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11 대응이 가능한 낱말은 맥락과 관계없이 늘 11 대응 치환이 가능하다. 예컨대 숫자, 고유명사, 특정 분야의 낱말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것은 단어와 단어의 치환이 중심을 이루는 치환 중심 모델로 볼 수 있다. 수화통역에서 볼 수 있는 이와 같은 모델은 축어역(transliteration)과 관계가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청각적 음성형식을 시각적 수화형식으로 변환하는 경우를 이르는 것이다.

메시지는 언어적 요소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비언어적 요소를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게 된다. 특히 수화의 경우 분절적인 수지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초분절적인 비수지 요소가 관여함으로써 어형변화는 물론 문법표지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언어(수화) 특성을 바르게 이해함으로써만 한국수화를 한국어다운 한국어로, 한국어를 한국수화다운 한국수화로 통역하는 작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통역 과정의 일반적인 접근 방식으로 탑다운(top-down) 보텀엎(bottom-up)을 들 수 있다. 이 방식은 외국어교육에도 적용되는 것으로서 앞의 것은 배경지식을 활용함으로써 대의를 파악해 나가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며, 뒤의 것은 문장을 분석하고 낱말의 의미를 찾아 이해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역사에게 있어 이 두 가지는 하나의 전략으로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3. 통역의 종류

 

3.1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한 분류

 

통역은 시간의 흐름과 매우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통역 방식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통역 방식에 따라 크게 순차통역, 동시통역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순차통역은 이해와 표현이 시간적으로 교차하므로 동시통역에 비해서는 심리적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동시통역이 이야기의 단절 없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정절한 통역방식이라면, 순차통역은 지역사회통역에 어울리는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순차통역은 인사, 일정 설명, 쇼핑 돕기, 관광 안내 등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고, 다음으로 상담(商談), 교섭, 강의, 견학, 연수, 일반적인 강연 등에서 또한 효율적이다. 수화통역의 경우도 원거리 통역, 상무통역, 지역사회통역, 예술 공연통역 등에 알맞다. 특히 예술 공연통역은 미국의 경우 전문영역 통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재능이나 적성은 물론 가시성을 위한 큰 동작을 요하기도 한다.

 

동시통역은 시간적인 제약을 받으면서 매우 엄격하게 온라인 처리가 요구되는 특수한 언어활동이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언어활동 과정이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언어능력을 사용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언어활동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동시통역이란 밖으로 드러나는 형식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정보를 찾아 처리하여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언어활동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순식간에 숨은 정보를 찾아내어야 한다는 데 주목하여야 한다.

동시통역에서는 개념의 합성과 개념의 분할 등이 사전적 대응이나 원 발언으로부터의 일탈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결국 동시통역에서 처리 대상은 언어표현 그 자체라기보다는 개념화된 인지요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역(interpretation)이 필요한 많은 수화통역 장면에서 축어역(transliteration)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는 동시통역이 지니고 있는 원래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nterpretation'의 사전적 의미는, 해석, 설명, 이해, 판단, 통역, (자기해석에 따른)연출, (악곡이)연주 등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①․②․④에는 일관하는 의미가 있는데, 이것을 정리하면 통역이란 이해하여 판단한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서 거기에는 자기 해석이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셀레스코비치가 통역사를 마치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성공적으로 창조하는 음악가나 배우와 같다고 한 비유는 그 의미를 적절히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그 밖에 동시통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 중에는 휘스퍼링(whispering)이 포함되며, 국제회의통역에서 볼 수 있는 중계통역도 일종의 동시통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계통역에 속하는 것 가운데는 미러통역 또는 반면통역(mirror interpretation)이 있다.

 

시간의 흐름과 관계있는 통역 중에는 시차통역(voice over/sight translation)이 있다. 이 통역방식은 주로 방송통역에서 흔히 이용되는 것으로서 동시통역이나 순차통역과도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 없는 독자적인 특징을 지닌다. 예컨대, 외국 뉴스를 원본 그대로 살리면서 시차를 두어 번역어를 실어 통역하는 것이나, 우리말 뉴스를 한국수화로 변역하여 통역하는 것과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통역으로 드러나는 번역어의 매우 높은 완성도가 요구된다. 농아인을 위한 우리의 TV 방송뉴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은 통역으로 드러나는 한국수화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하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방송통역으로서 시차통역은 원고 없이 하는 동시통역보다도 더 어려울 수 있다.

 

 

3.2 기능을 중심으로 한 분류

통역을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새로운 지식(의미, 메시지)이 주어지는 작업이라고 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대등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회의는 어느 장면에서보다도 공유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회의통역은 오가는 이야기를 변환하는 것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은 대등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능을 중심으로 한 것 가운데는 지역사회통역(community interpretation)이라고 하는 분야가 있다. 이것은 지역사회생활 지원 서비스, 의료지원, 사법지원 등 주로 다민족 국가에서 소수 민족 집단을 위한 통역을 이른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는 이와 같은 통역을 위한 자격제도를 갖추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농아인의 지역사회 생활 촉진을 위한 통역 또한 이 범주에 속한다. 지역사회통역이 필요한 여러 분야는 공유하는 지식이 매우 적으므로 화자와 청자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대등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 어느 한 쪽이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지식을 독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사회통역으로서 수화통역은 이러한 상황을 조정하기 위해 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3.3 대상(수요자)을 중심으로 한 분류

 

수화통역사는 수화만을 중심으로 통역활동에 임하는 것은 아니다. 통역사(특히 수화통역사)는 한 언어 속에서 메시지를 지각하고 이해하되 낱말과 억양 변별, 비수지 동작, 비언어적 몸짓과 행동, 여러 형태의 포즈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신호 메카니즘 등의 요인으로부터도 의미를 찾아내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고 있는 '생활기능장애건강에 대한 국제 분류(ICF)'에서는 음성언어 , 수화, 비언어적 메시지, 문어는 물론 그 밖의 메시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표현활동을 아우르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정보 교환에서도 이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분류는 공식수화(formal sign language)를 사용하는 농아인을 비롯하여 난청인은 물론 수화를 언어로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포함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따라 수화통역은 각기 다른 형태의 방법에 따라 적절한 수요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

 

  패턴 1 패턴 2 패턴 3
대 상
매 체
중도 실청, 난청
수지 구어
농아인
수화(농식 수화)
수화 미습득
홈사인
형 식 구어의 문법 수화 문법 친숙한 구조

< 1> 세 가지 형태의 수화통역(전일본농아연맹, 1999 참조)

 

위 표에서 통역(수화통역)에 걸맞는 것은 패턴 2이며, 패턴 1 수지한국어(Signed Korean)를 매체로 한 축어역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분류에서 지나칠 수 없는 통역형태로 청각장애인통역이 있다. 미국의 경우 농통역 자격(CDI)이 생긴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인데, 우리의 경우 ’02년도 이후 농아인협회 중심으로 잠정적인 청각장애인 통역자격 인정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청각장애인통역은 위 표의 패턴 3에 해당하는 통역, 맹 중복장애인을 위한 통역, 외국인을 위한 통역 등 청인 통역이 접근하기 어려운 통역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청인 통역과의 협동을 바탕으로 한 활동이 그 핵심이다. 이것은 상호보완적인 작업을 통해 통역의 질을 높인다고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중계통역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특히 농맹인을 위한 통역에서는 타도마법이 도입되기도 한다.

4. 통역훈련

 

4.1 기초훈련

 

듣기연습은 주의력과 집중력 훈련을 위한 것이다. 듣는(보는) 회로와 말(수화)하는 회로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이 훈련의 목적이 있다. 듣기훈련 중에서도 받아들이는 회로와 산출하는 회로가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도잉(shadowing)이다. 받아들이면서 원 발언을 리피팅(repeating)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새도잉이 앵무새처럼 같은 표현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훈련으로 보지 않으려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차를 두어 하는 리피팅은 보존 훈련으로서 유효하며, 초분절적 요소를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통역훈련 중에는 요약연습(summarizing)이 있다. 요약훈련은 통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수화일 경우 수화 원어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내용을 보여주고 그 속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훈련을 출발어와 도착어를 섞어가며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동시통역과 매우 긴밀히 이어져 있는 것으로 내용을 예측(또는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예상연습, 올바른 표현을 위한 작문연습 등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 밖에 그림을 이용한 언어화 훈련, 글이나 이야기로부터 얻은 이미지를 그림으로 드러내는 이미지 훈련, 기억력을 다지는 지연(lag) 연습 등도 지나칠 수 없다.

 

4.2 수화통역 실천

 

수화통역 현장은 하나같이 같은 조건 같은 상태에 놓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현장에서 정확한 판단과 적절한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는 통역장면을 상정한 모의체험이나 이론 구축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천을 위한 다음과 같은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사례라고 하더라도 사례검토는 검토하기에 따라서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다각적인 대처방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또한 사례에 따른 역할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전환(역할놀이)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에서 각자의 활동을 보고하기도 하고, 집단토의를 통해 보다 높은 기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 훈련 또한 필수적인 것이다.

 

수화통역 실천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속에는 위치, 조명, 복장 등 물적인 환경과 성공적인 통역을 위한 통역사 자신의 충분한 준비가 포함된다. 통역사 자신이 준비하여야 할 것은 정보수집, 조정, 수락 조건 등이다.

 

5. 수화통역사의 직무와 윤리

 

널리 알려져 있는 통역인 상에 대한 비유(Frishberg,N 1987)는 수화통역의 직무와 윤리를 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데 기계와 같은 통역인, 창과 같은 통역인, 다리와 같은 통역인, 전화선과 같은 통역인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통역인 상 가운데는 통역인의 자질과 관계있는 여러 가지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은 윤리강령을 통해 잘 드러난다. 미국(RID, NAD)과 일본의 수화통역사 윤리강령을 중심으로 그 대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업무와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한 비밀 지키기(수비 의무)

.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전문적인 통역(권고, 조언, 개인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며, 통역에 필요한 사전 정보의 수집)

. 충실하고 성실한 메시지 표현(말하는 사람의 마음과 진의의 전달)

. 통역업무의 신중한 수락(기술, 장면, 수요자와의 관계 등의 고려)

. 통역의 기술, 지식이 인권침해나 반사회적인 목적에 이용되지 않게 하기(일본)

. 인권존중(모든 사람 또는 청각장애인)

. 높은 전문적 수준의 유지(워크샵 참가, 전문직 회의 참가, 독서, 기술과 지식의 함양, 연구와 실천)

 

수화통역의 수요가 늘어나고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구미와 일본 등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변화, 통역 양성의 질과 평가기분의 높은 수준 유지, 재교육의 의무화 및 교육방법의 개선, 소비자 중심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통역인의 자기개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전문직으로서 수화통역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수화통역의 전문직으로서의 당위성은 이제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유네스코)에 수화통역사를 대입하여 보면, 수화통역사는 전문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것은 엄격하고도 계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습득 유지되는 전문적 지식과 전문화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공공적 업무의 하나이다. 또한 그것은 수화통역사들에 대하여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농아인들의 의사소통정보 보장을 바탕으로 하는 복지를 위하여 개인적, 집단적 책임을 요구한다.’

 

미국의 수화통역 자격 체계가 다양화, 전문화되어 있는 것도 앞서 제시한 수화통역 수요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6. 마무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말은 각기의 언어와 문화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수화라고 하여 예외일수는 없다. 그러므로 서로의 언어를 통역(또는 번역)할 경우 낱말의 선택, 보충과 생략, 문장구조의 변용, 수화에서의 분류사 구문 등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분류사를 중심으로 하는 어휘 또는 문장의 변화는 물론 비수지 요소의 문제는 수화언어 운용에서뿐만 아니라 수화통역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부분이다.

수화통역을 통역이라고 하는 넓은 의미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데는 자칫 수화의 언어형식을 음성언의 그것과 같은 것으로 보기 쉬운 우리의 그릇된 관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일찍이 제2언어 또는 외국어와 같이 수화를 학습하는 것을 수화통역의 기반으로 삼았던 미국에서의 수화교육과 수화통역교육이 시사하는 바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모어(mother tongue/native language)에 대한 Skutnabb-Kangas (1989)의 정의에 의하면, 처음 습득한 언어, 가장 잘 쓰는 언어, 가장 빈번하게 쓰는 언어, 스스로 자기 언어라고 인정하는 언어 또는 남이 원어민이라고 인정하는 언어 등 네 가지 기준 가운데서 하나만이라도 충족시키는 언어가 곧 모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수화통역사의 자격 종류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종합자격과 전문자격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의 수화통역사 자격은 미국의 종합자격에 해당된다.

 

반응형